한낮의 폭염을 피하고, 서울둘레길 근처의 직장인들의 참여를 유도하여 도심의 조용한 밤숲을 걷는 서울둘레길 별빛트레킹 4차가 서울둘레길 9코스 대모산코스에서 진행되었습니다.
퇴근시간 무렵에도 환하던 도심도 추분이 지나서 그런지 금방 어둠이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수서역 광장에서 집결하여 행사 개요를 듣고, 두 개 조로 나누어 담당 강사들로부터 안전사항 당부와 함께 각자 스트레칭을 한 뒤 대모산으로 출발했습니다.
플래시 불빛에 의지하여 앞뒤로 서기도 하고, 두 손을 꼭 잡고 나란히 걷기도 하면서 어둠이 내린 숲 속을 걸었습니다.
도심에 있어 항상 불빛이 있을 거라 생각했던 대모산도 어떤 구간은 완전히 어둠에 싸여 완전한 자연이 되는 것 같았습니다.
한 시민이 20여 년간 산을 오르며 하나하나 쌓은 돌탑 몇기와 최첨단의 기술로 단시간에 쌓아 올린 롯데타워가 아슬아슬하게 대비됩니다.
도심의 불빛에서 완전히 벚어나는 곳을 지날 때, 우리도 가지고 있던 조명기기를 모두 꺼버리고 숲 속에서 들리는 풀벌레 소리, 바람 따라 부딪히는 나뭇잎소리, 새소리들을 들어 보았습니다.
밝을 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들리지 않던 것들이 들리기 시작하는 순간의 짜릿한 감동은 말로 도저히 설명할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가슴을 펴고 깊은 숲을 들이마신 뒤 하늘의 별빛을 찾아 보고는 별빛에 의지해 산길을 걸어 보았습니다.
잡념을 없애고 걸음에 온전히 집중해 본 게 언제인지... 잠시 나 자신과의 대화를 해 보았습니다.
휴식 공간이 나오면 강사들은 서울둘레길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습니다.
대모산은 높이 293m의 산으로 산 모양이 늙은 할미와 같다 하여 할미산으로 불리다가 태종의 헌릉(태종과 원경왕후)을 모신 후 어명으로 대모산으로 고쳤다는 이야기,
고려 공민왕 때 창건된 약사절이 조선시대 고종 17년 헌인릉의 수맥 문제 해결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불국 정토를 이루라'는 의미에서 하사 받은 불국사 이야기
밤나무와 아까시나무가 아픔의 상처를 딛고 서로 의지하며 한 몸이 된 연리목 이야기 등을 듣다 보니 잘 가꾸어진 대모산도시자연공원에까지 다다랐습니다.
일원장미공원에서 트레킹 마무리를 하며 참가자분들을 일원역까지 안내 후 별빛트레킹 4차를 마무리 했습니다.
완전한 어둠속을 걸으며 나 자신과의 만남이 좋은 경험이 되셨기를 바라며, 아무런 사고 없이 적극 호응해 주신 참가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다음 행사는 비로 연기되었던 별빛트레킹 2차로, 9월 20일에 16코스 봉산에서 진행합니다. 예약은 서울시공공서비스 예약을 통해 하시면 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